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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로에 접어들어
이름 강남철(기계/14) 작성일 2010.10.12 11:06 조회수 2,086

한로에 접어들어

 

찬 이슬 맺히는 한로에 접어 들때면 아버님은 잠시 집에 계시지 않을 만큼

바쁘셨다. 새벽을 드시거 논 밭에 나가 반늦도록 일을 하고 들어오셨다.

 

초등학교는 동산자락에 위치하여 동네를 가로질러 논길을 따라 걷다가

냇가 다리를 건너야 학교를 갈 수 있었다.

 

아침 찬 이슬을 머금은 국화꽃 향기가 그윽하고 한낮에 등 하교길 양 옆으로

피어나 코스모스에는 고추잠자리가 서성거리곤 했다.

 

여름엔 토끼풀 하얀 꽃으로 시계를 만들어 손목에 묶어 주었고 늦가을엔

분홍빛 코스모스 꽃으로 머리에다 꽂아 주며 수줍어했던 시절...

 

어릴적 그 소녀는 중학교를 도회지로 진학하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.

 

지난 휴일 산을 찾아 가는길

가을 하늘은 더 없이 맑고 높으며 푸른 들판은 누렇게 변해 풍요로움을

느낄 수 있었다. 산에 오르면 모두가 하나되어 싸 온 음식을 나누어 주고

막걸리 한사발 이라도 돌려 먹을 줄 았았던 그 옛날의 그리움이 마음으로

드러날 즘.

 

산 중턱 쉼터에 모여 앉아 웃고 떠드는 중년 여인들 바라보니

코스모스 꽃을 머리에 꽂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중첩되는바

 

내 앞에 있는 단풍나무의 자테 만큼이나 곱게 나이 들어 갈 것이고 오색단풍

잎처럼 고운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.

 

찬 이슬에  바짓단이 적셔지는 것처럼 그녀의 향기에 마음 속이 적셔지는

듯하다.

 

2010. 10. 08

14회 강남철

 

http://blog.daum.net/ncgang 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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